All about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출연: 존 트라볼타 John Travolta, 사무엘 잭슨 Samuel Jackson, 우마 서먼 Uma Thurman, 하비 케이틀 Harvey Keitel, 팀 로스 Tim Roth, 아만다 플러머 Amanda Plummer,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Maria de Medeiros, 빙 레임스 Ving Rhames, 에릭 스톨츠 Eric Stoltz, 로잔나 아퀘트 Rosanna Arquette, 크리스토퍼 워큰 Christopher Walken, 브루스 윌리스 Bruce Willis


상영 시간: 154분


펄프픽션은 내가 영화 좀 봤다 하시는 분들은 다 알만한 현대 고전 명작 영화입니다. "역사에 남을 고전 명작" 이라는 말은 어떤 곳에 쓰이는 걸까요?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고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최초 등장했을 때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오래 기억되어 후대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는 작품들이 고전 Classic 이라고 불린다 생각됩니다.



피카소의 울고 있는 여인(좌), 달리의 기억의 지속(우)


미술을 예로 들어보면, 파블로 피카소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피카소는 3차원이라는 틀을 깨부수고 한 면 위에 대상의 좌, 우, 앞, 뒤, 윗모습을 동시에 표현하는 입체주의를 만들어냈고, 살바도르 달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흐느적 거리는 시계 같은 그림을 통해서 그림으로서의 초현실주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두 작가는 근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기억되죠. 초현실주의는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히치콕은 달리와 협업하기도 했죠.




영화의 고전 명작에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히치콕은 오명이라는 영화를 통해 맥거핀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고 관객의 심리를 통제합니다. 그가 고안한 맥거핀이라는 연출 장치 또한 후대에 영향을 끼치죠. 제가 가장 최근에 본 영화중에 등장한 맥거핀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 등장한 버섯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전 명작은 분야를 넘어서까지 후대에 영향을 주는 작품들입니다.


펄프픽션 또한 그렇습니다. 펄프픽션은 시간순서대로 사건이 진행되는 기존의 서사 구조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연출기법이었죠. 기존의 영화가 1 → 2 → 3 → ...  → 22 순으로 영화를 보여준다면 펄프픽션은 영화를 22개의 사건으로 쪼개고 그 순서를 뒤섞어서 11 → 2 → 3  → 19 → ... → 18 순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시작부터 펌프킨과 허니버니의 강도질에 대한 얘기로 영화가 시작되더니 강도질을 시작하자마자 장면은 빈센트와 줄스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햄버거와 발마사지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이걸 보던 관객은 "그래서 강도는???" 이란 생각에 당황하지만, 빈센트와 줄스의 잡담이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대사가 잘 짜여져 있어서 다시 그 장면에 집중하게 되죠. 시간 순서를 섞어 놓고 사건의 인과 관계에 대한 모호함을 만들어도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대사를 썼습니다. 각본을 잘 쓰기로 유명한 타란티노 감독의 실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죠.



펄프 픽션의 첫 장면


영화를 다 보고 시간 순서를 왜 섞었을까? 고민을 하다 왜 영화의 제목이 펄프픽션인지 깨닫게 됩니다. 펄프픽션의 사전적 의미는 "저질 종이에 찍어 만든 싸구려 잡지의 소설" 을 말합니다. 신인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과 글을 알리기 위해 이런 싸구려 잡지에 글을 싣기도 했는데, 코스믹 호러의 대표작 크툴루 신화의 러브 크래프트, SF 소설의 대문호 아이작 아시모프, 가장 유명한 대체 역사물인 높은 성의 사나이를 쓴 필립 K. 딕 등등이 이런 펄프픽션을 거쳐갔습니다. 


미국의 펄프픽션과 가장 비슷한 우리나라의 매체는 종이 신문에 인쇄되던 소설인것 같습니다. 종이 신문에 인쇄되던 소설들은 분명 매회 내용이 이어지지만, 아무 회차나 집어들어 읽어봐도 내용이 굉장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기 때문에 쉽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3분 정도 뚝딱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글들이었죠.




펄프픽션이 딱 이런 느낌입니다. 22개의 에피소드 중 한두개를 빼고는 모두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특히 B급 쌈마이 감성을 표방하는 타란티노의 스타일로 가득 차 있어서-중간에 아무 에피소드나 틀어 놓고 보더라도 적당히 시간 떼우는 용도로 볼 수 있죠. 그 중 발마사지에 대한 말싸움이나 왜 부치 아버지의 시계가 서로 다른 남자들의 항문에 7년간 숨겨져 있었는가에 대한 장광설은 압권이었습니다.




펄프픽션에 대한 평가와 이분이 자주 보시는 영화들


역대급 영화를 보고나면 "이 영화를 안좋게 보는 사람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라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궁금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나쁜 별점을 준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봤습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고, IMDB Top 250 movies 에 8위로 랭크되어 충분히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영화를 왜 최악이라고 평가할까? 궁금해서 이분이 좋은 별점을 주신 영화와, 주로 보는 영화 취향을 확인해봤습니다. 굉장히 마이너한 호러나 슬래셔무비까지 찾아서 보시는 것을 보면 살인, 마약, 폭력이 영화의 주 배경이 되기 때문에 타란티노의 영화를 선택하셨던 것 같네요. 타란티노의 영화중 그나마 액션이 잘 묘사된 킬빌 vol1. 만 6점 입니다. 펄프픽션에 별점이 낮을 수 밖에요. 펄프픽션은 인물간의 대화나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을 통해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한 영화인데, 갱스터무비를 기대하고 보셨을테니 충분히 화가 날만도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둘 다 처음 감독을 맡은 영화가 제목에 '개' 가 들어가고(저수지의 개들, 플란다스의 개) 흥행에 실패했는데, 두번째 감독을 맡은 영화에서 대박을 쳤죠.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영화광으로도 유명하고(영화 감독이니 당연하겠지만) 연출의 디테일이 꼼꼼하고 세심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펄프픽션에서도 대사 속 단어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고안된 의도가 숨어있는지를 알고나면 그 디테일에 놀라게 됩니다. 이런 연출에 대한 평가는 직접 인용하기보단 링크를 남겨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영화 펄프 픽션, 같이 보면 좋은 영화



왼쪽부터 순서대로 PM 11:14,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메멘토


사건 전개가 시간 순서대로 진행 되지 않는 영화중에 제가 재밌게 본 것들입니다. 메멘토야 너무 유명한 영화이니 설명이 필요 없고,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는 B급 병맛 영화이기 때문에 볼 사람만 보는 영화입니다. PM 11:14 는 그럭저럭 시간 보내기 괜찮은 팝콘무비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분이 펄프픽션을 보고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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