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위트 버지니아의 내용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다시피 합니다. 제가 언급하는 내용은 초반 10분 안에 나오는 내용과, 후반부에서 주인공 샘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영화 내용 전개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영화 스위트 버지니아를 포스터에 나온 존 번설 때문에 봤습니다. 워킹데드에선 그냥 그런 느낌의 배우였는데, 드라마 퍼니셔(2017)에서 전 존 번설에게 꽂혀버렸습니다. 꼴마초 상남자의 다 쏴죽이는 딥 다크한 액션 느와르를 보고 싶다면 드라마 퍼니셔를 추천합니다.(같은 캐릭터를 영화화한 영화 퍼니셔는 망했습니다.)
왼쪽부터 워킹데드, 퍼니셔, 스위트 버지니아의 존 번설, 그는 항상 착쁜놈으로 나옵니다.
영화 스위트 버지니아 Sweet Virginia 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식당에서 어느 날 한밤중에 식당 사장과 손님 두명이 살해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위트 버지니아에선 대사가 존재하는 (살아있는)인물들은 정상적이거나 보편적인, 혹은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죄책감을 가지고 있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거나, 마음에 상처가 있는 인물들임을 짐작할 수 있죠.
엘우드, 샘, 라일라, 베르나데트
그 중에서도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연 배우들은 망가진 인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엘우드는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독은 엘우드가 혼잣말 하는 모습, 어머니와의 전화통화 장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갈라진 모습을 응시하는 장면을 통해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망가진 인간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샘은 부상으로 은퇴한 로데오 챔피언입니다. 로데오를 할 때 바닥에 떨어지며 자주 머리를 부딪혀 수전증이 생겼고 다리도 약간 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내와 딸이 사고로 모두 죽고, 죽은 형이 물려준 모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르나데트와는 불륜관계이기도 합니다. 몸은 몸대로 망가진 상태이고 죽은 아내와 딸을 잊지 못하면서도 베르나데트와 불륜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정신적으로도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르나데트와 라일라도 마찬가지로 망가진 인간들입니다. 베르나데트는 샘과의 불륜 관계로 죽은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라일라는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서 살인 청부를 통해서 남편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밝은 배경이지만 건물 그림자 안에 주인공들이 있는 연출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 싶은 연출은 어두컴컴한 화면과 등장인물들의 실루엣 입니다. 스위트 버지니아의 화면 구성은 90% 정도가 매우 어둡습니다. 밝은 장면도 등장인물들은 어두운 방안이나 건물 아래의 그림자에 위치하죠. 그래서 감독은 4명의 주연 배우들을 어두운 화면에서도 실루엣 만으로 분명히 구분할 수 있도록 각 인물들을 표현했습니다. 샘의 제멋대로 자란 머리와 대비되는 엘우드의 단정한 올백 스타일, 시종일관 머리를 풀고 나오는 베르나데트와 반대로 라일라는 머리를 묶은채 등장합니다. 각 배우들의 체격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밝은 화면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어두운 공간에 존재하던 망가진 등장인물들이 밝은 공간으로 나옴으로써 제자리를 찾아가는(혹은 회복되는) 인물의 변화를 묘사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스위트 버지니아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법 합니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액션 혹은 총격씬은 약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처음부터 살인범이 누구인지 아는 상태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감도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인물들간의 중요한 관계들도 영화 초반에 모두 밝혀지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 떨어집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오히려 스릴러보단 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연출이나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고민하면서 보시는 분들은 꽤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고, 긴장감이나 내용 전개에 중점을 두고 보시는 분이라면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된지 15분이 지났는데 지루하다면 그냥 끄시고 다른 영화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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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은 샘의 형이 로데오 챔피언이었고, 샘이 로데오 챔피언 이었던 척을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샘의 옛날 로데오 경기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추락한 선수가 죽은 것 처럼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