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 서술형 후기: 킬링 타임으로 고속 버스 안이나 비행기 안에서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극장가서 돈내고 봤으면 좀 빡쳤을 듯?
어쌔신: 더 비기닝 American Assassin 은 빈스 플린의 히트작 미치 랩 시리즈의 프리퀄 소설인 American Assassin 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본 시리즈나 007시리즈 같은 첩보물 연작 시리즈죠. 영화 개봉 당시 메이즈 러너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던 딜런 오브라이언에, 연기력으로는 이미 검증된 백전노장 마이클 키튼으로 캐스팅은 빵빵하게 가져갔습니다.
포스터엔 분명히 "가장 완벽한 살인요원의 탄생" 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느낀 생각은...
주인공 미치 랩은 스페인 이비자 섬 해변에서 무차별 난사 테러를 당해 약혼녀를 잃습니다. MIT 석사 과정 중이었던 주인공은 학교도 때려치고 복수를 위해 혼자서 해변 테러의 주범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그들에게 동조하는 테러리스트를 연기해서 주범과 접촉하는데 성공합니다. 여차저차해서 혼자 테러리스트 조직까지 침투한 실력을 인정받아 신규 요원으로 CIA 암살팀 오라이언에 배속되죠.
CIA 부국장은 미치 랩이 "그는 타고난 킬러야", "군인 출신이 아니라서 나쁜 습관이 없으니 잘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라고 감싸고 도는데... 민폐도 이런 민폐 캐릭터가 없습니다. 주인공 원래 이름이 미치 랩이 아니라 "미치. ㄴ. 랩." 이 아닐까 의심스럽죠. 동네 MMA 도장에선 스파링 파트너를 지나치게 줘 패서 쫓겨나고, 사설 사격 연습장에선 "사로 위로" 올라가면서 전진 사격을 연습하죠. 양 옆 사로에 사람들이 실탄 장전된 총을 겨누고 있었는데!! 미친 랩이 미필이라서 그랬나봅니다.
만화 <츄리닝>
주인공 이 미친놈은 군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지휘관 말도 드럽게 안들어처먹습니다. 작전 중지 명령 씹어먹고 혼자 작전 속행을 합니다. 그러다 적에게 잡히면 뒷수습하는건 상관과 팀 동료들인데. 범인을 추적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증거를 들고 튀어버리기도 하죠. 결과만 좋으면 만사 OK 라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군대는 전투에서 이기는게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는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관의 명령이 합리적이라면 복종해야 합니다. 근데 우리 미친 랩은 그런거 없어요. 동네 똥개마냥 일단 악당을 쫓아가고 봅니다. 물론 미친 랩이 실전에 처음 배치된 요원인건 맞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죠. 덕분에 영화의 개연성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예고편만 보면 어쌔신: 더 비기닝은 존 윅이나 본 시리즈처럼 액션으로 떡칠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울 것만 같지만, 액션신은 예고편에 나온게 거의 전부입니다. 근접 전투 상황에서 악당은 미친 랩을 일방적으로 쥐어 패는 순간이 나오는데, 악당이 미친 랩을 충분히 죽일 수 있는데도 손에 칼을 "거꾸로" 쥐고 주먹으로 쥐어팹니다. 주인공을 떡실신 시켜 놓고, "자 이제 니들이 만들어 놓은걸 지켜봐" 라고 하는 클리셰도 아니면서.
보통 스파이물을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최첨단 장비로 상황을 극복하는 미션 임파서블, 007시리즈 같은 모습이나, 절대적으로 고립된 상황을 극복하거나 불가능한 미션을 극적으로 해결하면서 긴장감을 주는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같은 모습들을 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영화라는 요리의 메인 재료라면 액션신은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죠. 근데 이 영화는 조미료가 덜 들어가서 싱거운데, 메인 재료도 제대로 익지가 않았어요. 감독인 마이클 쿠에스타는 미드 덱스터 1 시즌의 총괄 프로듀서였고, L.I.E. 라는 독립영화로 미국의 독립영화 시상식인 Independent Spirit Awards 에서 Best feature 와 Producers award 를 수상할 만큼 능력이 떨어지는 감독은 아닙니다. 근데 이 영화는 왜....
원작자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는 소설이 10권 가량 됩니다. 그 중 시리즈의 프리퀄 역할을 하는 소설이 American Assassin 입니다. 그래서 국내 개봉명도 어쌔신: 더 비기닝으로 후속편을 기대하고 이름을 바꾼 듯 합니다.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후속작을 만든다고? 흠... 글쎄... 어쌔신: 더 닝기미가 더 제목으로 잘 어울렸을지도?
영화 어쌔신: 더 비기닝 OST
Mistakes (Chris Seefried Alt Mix) - Andra Day
War Eternal - Arch Enemy
Archie's Theme - Chris Seefried
Sevin Gayri - George Hadjineophytou & Vivienne Dogan-Corringham
6 - Giulia Luzi
같이 보면 좋은 영화: 연출을 김칫국물에 호로록 말아먹은 스파이물이라면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 풋내나는 주인공이 제대로 된 스파이로 성장하는 영화라면 "미션 임파서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