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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를 하다 보면, 이쪽 일은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많은 남자들이 왜 이런 걸 준비해야 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고통에 몸부림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공감 능력 제로형의 남편들을 위해서 로봇의 시각으로 결혼식 준비 기록을 남겨봅니다.

 

1. 촬영지 선정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 많은 것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여자친구는 사진 욕심이 좀 있는 편인데 가성비도 중요한 편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웨딩 스냅촬영은 야외 촬영,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데, 사유지로 야외 촬영지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팀 눈치를 보지 않고 찍을 수 있는 업체도 있고, 저희처럼 제주도에서 야외 촬영하는 경우에는 촬영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풀 패키지 스튜디오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사유지, 관광지에서 다른 촬영팀들과 뷰가 겹쳐서 옮겨 다니거나 기다릴 일이 없고, 촬영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간단하게 스튜디오 촬영만 해도 사진은 충분하지만, 그래도 야외촬영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옵니다. 자연만큼 위대한 예술가가 없다는 말이 있죠. 기왕 찍는 거 더 예쁘게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또 자연경관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고민 끝에 숲길, 바닷가, 꽃밭 등을 찍을 수 있는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속초, 강릉 쪽에 있는 비슷한 스팟에서 찍어도 제주도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비용도 더 저렴할 것 같았지만…ㅎㅎ 제주도는 뭔가 로망이 있는 곳이죠.

 

2. 업체 선정

제주도에서 촬영하려면 여러 업체를 계약해야 합니다.

A. 숙소

최소 12일 일정입니다.

B. 제주도에서 촬영 경험이 많으신 작가님

작가님은 인스타그램을 떠돌고 떠돌아서 사진 스타일과 퀄리티가 마음에 드는 작가님을 찾았습니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을 포트폴리오처럼 사용해서 찾기가 쉬웠네요.
작가님 인스타그램 링크: https://instagram.com/luvizu_jeju?igshid=YmMyMTA2M2Y=

C. 현지 헤어, 메이크업 업체

솔직히 저는 촬영 때도 헤어, 메이크업을 해야 할 줄도 몰랐습니다.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확실하게 있습니다.

D. 현지 촬영복, 소품 대여 업체

촬영 스팟에 따라서 어울리는 컬러의 옷을 입고 찍는 것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옵니다. 무조건 검정색 연미복을 입고 찍는 것이 아닙니다.

E. 촬영지를 이동하기 위한 렌터카(혹은 미니 버스, 콜밴)

저희 커플은 둘 다 면허가 없어서 미니 버스가 필요했습니다.
작가님은 계약했고, 나머지 업체들을 어디로 계약할까 찾던 중에, 마침 헤어, 메이크업과 촬영복 대여를 함께 하면서 촬영지 이동을 위한 차량까지 대여가 되는, 그러니까 남은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되는 슈퍼헬퍼라는 업체가 있어서 들여다봤습니다.
슈퍼헬퍼 링크: https://www.superhelper.com/
저희가 계약한건 무제한 풀패키지였는데 개별로 계약하는 것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도 했고 한 곳과 계약하는 것이 계약관리가 편할 것 같아서 계약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일 줄은 이때까지는 몰랐습니다.

3. 항공기 예매

제주도를 가야 하니 비행기를 예매해야겠죠? LCC 들 가격을 비교했었는데, 당시에는 제휴사라서 직원할인이 되는 에어부산보다, 10000원 할인 쿠폰을 4000원에 사서 결제할 수 있는 진에어가 더 저렴했습니다(진에어 할인 쿠폰은 밀크코인 어플로 결제)항공사는 미리미리 결제할수록 저렴한 편이니 제주도로 촬영지를 선택했다면 다른 것은 나중에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비행기 티켓부터 예매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4. 준비물

A. 빨대용 실리콘 뚜껑

메이크업하고 나면 물도 편하게 못 마십니다. 립이 번진대요. 그래서 빨대를 써야 하는데, 음료수병에 뚜껑 없이 빨대만 쓰다가 실수로 엎으면 안 되겠죠? 이 뚜껑은 결혼식장에서도 쓰입니다.

B. 치약/칫솔/가그린

최소 1박 2일 일정입니다.

C. 보조배터리

촬영일은 12시간 정도 밖에 있어야 합니다.

D. 간식

저희 촬영 일정은 아침 7시 기상하여 저녁 7시 반쯤 끝났습니다. 이 시간 동안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이동 중에 간단하게 간식거리로 요기해야 하는데, 저희와 함께 이동하는 작가님과 저희 계약 업체인 슈퍼헬퍼의 헤어/메이크업을 중간중간 수정해주시는 헬퍼님, 저희가 탑승하는 이동버스 운전해주시는 기사님, 드레스 환복/헤어, 메이크업 분장 차량을 운전해주시는 기사님, 저희 커플까지 총 6명의 간식을 챙겨야 했습니다.
신부는 메이크업 때문에 뭘 먹기 힘들어서, 한입에 넣을 수 있는 미니 약과, 사탕류가 꼭 필요합니다.

E. 촬영복

저는 이전에 계약한 예복 업체에서 빌려주는 대여용 수트를, 신부는 촬영용 드레스를 따로 구매해서 챙겨갔습니다. 이때, 여자들은 촬영용으로 티아라, 구두 등을 액세서리로 따로 챙겨야 한다는걸 알았습니다. 남자분들은 서스팬더(멜빵이라고도 하죠?), 나비넥타이 정도만 액세서리로 가져가면 될 것 같습니다.

F. 촬영 소품

하트 모양, 반지 모양 풍선이나 가랜드 같은 것을 미리 주문해서 가져가면 좋습니다.

날짜 써있는 소품이 가랜드입니다.

G. 반지

웨딩 반지가 촬영용 소품으로 있으면 좋습니다.

H. 편한 신발

촬영한다고 구두만 신고 있으면 불편합니다. 중간에 슬리퍼 같은 편한 신발로 갈아 신어 줍시다.

I. 정장용 검은 양말/페이크 삭스

정장에 흰 양말은 마이클 잭슨만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옷에 따라서 페이크 삭스가 더 멋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옷을 잘 못 입는다? 신부가 시키는대로 입으세요.

J. 누브라

촬영용 드레스를 입기 때문에 필요하답니다.

K. 물티슈

L. 손거울

메이크업을 하면 자꾸 거울이 보고 싶어지나 봅니다.

M. 핫팩/담요

4월에도 저녁 바닷가에 드레스 입고 가면 어마어마하게 춥습니다.

N. 네일아트

사진에 손톱도 예쁘게 보여야 한답니다. 솔직히 사진 봐도 손톱까지 눈에 안 들어오는데 여자들은 눈에 들어오나 봅니다.

O. 기타 등등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최소 1박 2일 일정입니다.

 

5. 결항

출발일에 비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결항했습니다. 망했습니다.

6. 일정 미루기

비행기가 천재지변으로 결항했습니다. 망한 줄 알았는데 망하진 않았더군요.
결항 확인서를 공항에서 받아왔습니다. 이 결항 때문에 항공사가 티웨이에서 진에어로 바뀌었죠.
어느 업체와 계약을 했던 결항 확인서가 있어야 귀책 사유가 나에게 없음을 증명하기 쉽겠죠? 저희는 호텔 숙박 일정을 미루는데 호텔 측에서 결항 확인서를 요구했었습니다.
작가님이나 슈퍼헬퍼에게서는 이런 요구가 없었습니다. 한두번 겪어본 일이 아니신듯.

7. 촬영

A. 아침 7시 기상

헤어/메이크업 세팅이 3시간 정도 걸립니다. 촬영이 12시부터이기 때문에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촬영은 19시까지인데 중간에 밥을 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침은 단백질을 포함한 식사로 든든하게 먹어야 합니다.

B. 헤어/메이크업/의상 고르기

슈퍼헬퍼에서 이동버스가 미리 호텔 앞으로 픽업을 나와 주셨습니다. 8시쯤에 슈퍼헬퍼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먼저 촬영용 의상을 골랐습니다.


신부는 드레스투어를 하듯이 촬영용 드레스를 이것저것 입어 보고, 저는 저대로 촬영용 예복을 입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서로 옷을 입어보는 과정이 재밌습니다.

신부를 위한 촬영용 드레스와 화관, 부케들
신랑을 위한 예복과 서스펜더, 넥타이 등
준비되어 있는 액세서리들


예복은 치수가 맞지 않았는데, 밑단을 접어서 기장 가수선까지 스튜디오에서 해주셨습니다.
헤어/메이크업하는 동안 촬영용 소품/액세서리를 고르면서 기다렸네요.

옷을 고르고 신부 헤어/메이크업 하는 동안 기다리는 중, 손님이 저희 밖에 없어서 저희 짐이 있는 캐리어를 그냥 두었습니다.

C. 첫 촬영지로 이동

헤어 메이크업이 끝나고 11시 반쯤에 첫 촬영지로 출발했습니다. 약속 시간에 촬영지에서 작가님을 만나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촬영 시간 동안 작가님이 포즈나 표정을 잘 알려주셔서 촬영 자체는 수월했습니다.

첫번째 촬영지에서

D. 두번째 촬영지 이동부터

촬영지를 이동할 때마다 적게는 20분에서 많게는 1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이때부터 신랑 입장에서 슈퍼헬퍼가 신의 한 수였던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 7시에 기상했었죠? 이동 시간 동안 잘 수 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차량 운행 시간이 체감상 총 4시간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아침에 일찍 일어난 데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촬영한다고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면 굉장히 피곤하다 보니 짜증도 좀 납니다. 주변에 제주도에서 웨딩촬영했던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너무너무 피곤했고, 촬영 중에도 많이 싸울 뻔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운전을 안 하고 중간중간에 자면서 체력을 충전할 수 있어서 저도 그렇고 신부도 그렇고 너무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제주도에 초보운전이 많다 보니 운전도 굉장히 신경 써서 해야 한다는데, 너무너무 다행이었죠.

헬퍼님이 찍어주신 사진


여기에 하나 더 큰 장점이 있었는데, 슈퍼 헬퍼 직원분이 촬영 시간 동안 옆에서 본인 폰으로 사진들을 계속 찍어 주십니다. 나중에 클라우드로 이 사진들을 다 보내주셨는데, 직원분들도 웨딩 촬영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 정말 잘 찍어주셨습니다. 저희 모바일 청첩장에도 직원분들이 찍어 주신 컷 중에 몇 개가 들어갔을 정도였고,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도 쓰였죠.

옷을 갈아입을 때도 차량이 크고 넓어서 옷 갈아입기도 편하고, 신부 말로는 미니 분장실처럼 되어 있어서 헤어/메이크업 수정도 너무너무 편했다고 합니다.

분장차량 안에서

작가님과 헬퍼분들 덕분에 사진이 참 잘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 촬영지

E. 촬영이 끝나고

저희가 원래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 입은 뒤, 이동버스로 저희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짐 정리를 하다가 보니, 파우치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이동버스에 두고 내린줄 알고, 확인을 부탁드렸는데, 찾으면 택배로 보내주신다고 했었습니다. 다행히 잃어버린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 둔 것을 못 본 것이었습니다.

한번 보고 안볼 사이라고 잔금 치룬 뒤에 고객한테 막 대하는 업체들도 있는데 끝까지 친절하셔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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